노인들과 부양가족들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이들의 지속 가능한 생활 안정을 위해 야간보호센터의 확충이 절실합니다.
저는 엄마가 장기요양등급을 받고나서 여러 정부지원이 있어서 엄마를 모시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주로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데 엄마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출근하면서 센터에 모셔다 드리고, 퇴근하면서 다시 모시고 오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다른 가정의 경우는 유치원생들 유치원버스처럼 센터에도 승합셔틀이 있어서 집앞에서 등하교를 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건 야간보호센터가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주간보호센터이고 야간에는 급하거나 필요할 때 엄마를 맡길만한 곳이 생각보다 너무 희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있다고 해도 너무 멀기도 하고 계약을 안하면 자리가 없어서 쉽지가 않아요. 센터에 가서 이용 계약서를 써 본 분들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여러 준비서류가 있습니다.
입소서류
- 장기요양 인정서
- 표준장기요양 이용계획서(공단 발급서류)
- 복지용구 확인서(공단 발급서류)
- 건강진단서(전염성 질병검사와 가슴흉부 X-ray)
- 약 처방전(투약 중인 해당자에 한함)
- 가족관계증명서 1부 또는 주민등록등본 1부
- 양기도구, 여벌옷, 기저귀(해당자에 한함)
그런데, 위 입소서류와 별개로 센터에서 작성해야할 서류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예를들면 CCTV 서명서, 응급상황시 연명치료 가부 등등 센터마다 몇가지 빼고는 거의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수기로 작성하기에는 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곳은 일일이 모두 수기로 다 작성해야하는 곳도 있겠지만, 또 어떤 곳은 미리 집주소같은 것을 타이핑해놔서 거의 서명만 하면 되도록 준비해놓는 곳도 있어요. 이부분은 센터마다 다른거 같습니다.
저렇게 계약서를 작성해놓으면 1년정도는 한달에 약 9박10일간 주야간 단기보호를 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해도 저희 집의 경우 엄청나게 도움이 됩니다. 물론 9박10일씩 매달 맡길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주말 여행이나 아이들 방학때 여행 스케줄이 나오면 미리미리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훌륭한 제도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솔직히 엄마 모시고 멀리 여행가기는 매우 힘들거든요. 처음엔 몇 번 1박 코스를 모시고 다녔는데, (물론 여행을 안 간 것보단 낫겠지만,) 늘 엄마가 사라지지 않도록, 또 넘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아무거나 입에 넣지않도록 한 사람이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곡 같은 데는 미끄러워 위험해서, 해변은 뜨거워서, 그리고 지방 박물관 관람이나 여행지 산책은 다리가 불편하셔서 이만저만 제약이 아닙니다. 결국 엄마를 아이들과 함께 바캉스에 모시고 가는 것은 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지요.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차츰차츰 방학이 되어도 어디 여행을 안가게 되고 당연히 아내와 아이들의 불만은 쌓여가게 될 겁니다. 100%입니다.
이럴 때 저의 다른 형제들이라도 먼저 나서서 며칠 엄마를 맡아주겠다고 말해주면 눈물나게 고맙겠지만, 십 수년이 흘렀어도 그런 일은 없습니다. 방학 때는 잔인할 정도로 오히려 더 연락이 뚝 끊겨요. 나중에 들으면 해외여행을 다녀온 소리를 하는데, 차라리 바빴다는 얘기로 둘러대면 쉽게 넘어갈 일을 괜히 염장을 지르는 격이 되버리지요. 전혀 엄마 모시는 가족의 심정을 모른다고 밖에 할 말이 없지요. 내가 힘들다고 하면 요양원에 보내자 라고 말할 게 뻔해서 힘들다고도 말하지 않게 됩니다. 엄마가 전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정도로 심한 상태도 아닌데, 정말 평생 자식들 바라보고 노심초사 사셨던 엄마 입장을 생각하면 “요양원에 보내자” 그런 말이 그리 쉽게 나올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 아이들은 할머니가 아프기 전과 아픈 후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할머니에 대한 정이 그나마 있습니다. 독일 간 첫째 아이는 가끔 할머니 건강 물어보는 것만 봐도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진리처럼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분명 도움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같은 가정을 위해서는 야간보호센터가 정말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주간보호센터는 많아도 야간보호센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요양원으로 보내니까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저희 집 주변에 새로 개설된 <삼성중앙주간보호센터>에서 야간을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1박 2일 이용해 봤는데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용요금도 식사, 간식 포함해서 개인부담금이 약 23,000원 정도밖에 안됐습니다.
얼마만의 휴가인지 아내도 너무 좋아했고요. 그런데 원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네요. 자기도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거라고 합니다. 야간보호센터가 없었던 이유가 결국은 정부지원 수가가 너무 낮아서였던 것입니다. 하루 주무시는데 약 5만원가량이 지원이 되는가 보더라구요. 물론 야간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면 센터측의 수익도 보장되겠지요. 그러나 겨우 한 두분을 모시기 위해 야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책 보완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단기보호 정부지원 자체가 한 가정당 한달에 최고 9박 10일까지 이기 때문에 분명 인원수가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극소수 몇 분만 이용할 때는 수가를 많이 높여주고, 야간 이용자수가 많아지만 수가를 낮춰서 융통성있게 되어진다면 센터 운영 입장에서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만드는 사람의 경우,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바라직하다고 생가하고 그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조금만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가족을 떠나 낯선 요양원을 들어가는 순간 좀 심하게 말하면 철창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누가 데리고 나가지 않는 이상 항상 요양원 울타리 내에 있어야 하고, 그렇다고 맘대로 외출을 할 수도 없으며, 원내에 코로나같은 전염성 질병 환자라도 나타나면 비상 상황이라 외부 면회도 안됩니다. 물론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는 집안들도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또 어떤 어르신들은 부양가족이 없어서 요양원이 더 안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완벽한 정책은 있을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분명 저희 가족같은 일부의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